[아는 만큼 내 건강을 지킨다] 파킨슨병
파킨슨병은 현대 의학으로는 완전한 치료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파킨슨병은 희귀 난치성 질환 중 하나로 분류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난치성 질환은 맞지만 우리나라에만 대략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희귀질환이라고 보기 어렵다. 희귀 질환은 전국적으로 환자의 수가 5,000명 이내로 추산되는 경우를 지칭한다.
파킨슨병은 나이가 들면서 특정 뇌세포가 사멸함으로써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 중 알츠하이머, 치매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다.
파킨슨병에서는 특징적으로 도파민 신경세포가 소실되며, 대략 50% 정도의 세포가 없어질 때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본인이 처음 증상을 느낀 시기보다 적어도 수년 전에 이미 병이 시작된 것이다.
평소에는 비교적 적은 도파민 신경세포만으로도 증상 없이 지낼 수 있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등 특별한 상황이 되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병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소실되는 원인에 대해 수많은 의학자들이 연구했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도 한 가지 원인보다는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은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된다. 파킨슨병을 처음 진단받으면 당연히 정신적인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병에 걸린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몹쓸 병에 걸린 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 외부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진단 초기에는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를 오래 갖고 있는 것은 병의 경과에 나쁜 영향을 준다.
사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도 원인이 명확히 알려진 것은 아니다.
‘왜 하필 내가 이 병에 걸렸을까’라는 생각은 빨리 떨쳐버리고 병이 있더라도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일수록 약물 치료 효과가 높다. 파킨슨병 환자 중에는 약을 복용하면 몇 년 내에 내성이 생긴다는 걱정 때문에 불편함을 참고 약을 복용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최근 10여 년 사이 인터넷을 통해 파킨슨병에 대한 정보가 널리 퍼지면서 이러한 속설이 확산된 것 같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킨슨병 약을 복용해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파킨슨병 초기에는 떨림, 근육의 경직, 움직임의 느려짐(서동) 등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초기 증상들은 대체로 약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병이 진행하면서 나타나는 균형 장애, 동결 현상 등 다른 증상들은 이전에 있던 증상보다 약이 잘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병이 진행하면서 약에 대한 반응이 이전만 못하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이는 병의 진행에 따른 것이지 약 때문은 아니며, 약을 적게 복용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76/0004132266
20-30년 전에는 파킨슨병 약물에 의해 도파민 신경세포가 빨리 소실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된 적도 있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이러한 가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
초기 파킨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 군과 약을 적은 용량, 중간 용량, 고용량으로 복용하는 군으로 나누어 1년 후에 파킨슨병의 진행 정도를 비교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약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에서 병의 진행이 가장 심했고, 충분한 용량을 복용한 환자들에서 진행이 가장 경미했다.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는 약물 복용이 병의 진행을 촉진시킨다는 얘기는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터넷에는 여전히 옛날 얘기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
레보도파 성분의 약제를 복용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지는 약효 소진 현상과 약효가 있을 때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이상 운동증 등의 후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합병증 때문에 1990년대까지는 레보도파 성분이 포함된 약제를 가능한 한 늦게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도 복용한 약물의 용량이나 기간보다는 병의 진행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 이탈리아 의학자들이 이탈리아 환자들과 아프리카 사하라 주변 환자들을 비교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탈리아 환자들은 발병 초기부터 약물 치료를 했고, 아프리카 환자들은 병이 적어도 몇 년 정도 더 진행된 후에야 약물 복용을 시작했다. 후기 합병증들이 약물과 관련이 있다면 당연히 이탈리아 환자들에게서 이러한 합병증이 먼저 나타나야 하지만, 실제 결과는 이탈리아나 아프리카 환자들 모두 비슷한 시기에 합병증이 발생했다. 즉, 약을 복용하지 않거나 적게 복용하는 것이 합병증 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검증된 치료를 따르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까지는 파킨슨병을 치료하거나 병의 진행을 멈출 방법이 없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치료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고, 이를 이용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 치료를 해준다고 수천만 원을 요구하며 외국으로 환자를 데려가는 회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치료를 돈을 받고 하는 것이 불법이다. 그들은 효과가 좋다고 선전하지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입증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또한 주사액에 실제 줄기세포가 들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파킨슨병 약은 좋지 않다며 생약을 권하며 터무니없는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킨슨병에 대해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면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당장 병이 해결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해결되지 않는다.
임상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의 효과보다 안전성이다.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는 최소 몇 년의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는 줄기세포 이식, 유전자 치료, 면역 치료 등이 있으며, 이러한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려면 적어도 7~8년이 필요할 것이다. 작은 변화를 통해 긍정의 힘을 채우자.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보면 파킨슨병으로 인한 괴로움은 증상이 심한 정도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 병이 오래되고 증상이 심해도 밝고 즐겁게 사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증상은 별로 심하지 않은데도 항상 표정이 어둡고 병에 대한 걱정만 하는 분도 있다. 진료 때마다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마음이다. 파킨슨병 약은 대부분 뇌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걱정과 스트레스가 많으면 약효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수십 년 동안 진료실에서 만나본 환자들을 보면 병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지내는 환자들이 부정적 생각과 과다한 걱정 속에 지내는 환자들보다 병의 진행 경과가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마음먹는 대로 잘 되지 않을 수 있고 걱정이 많은 성격 또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생활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전에 관심 없던 운동을 해보고, 어려울 것 같던 여행도 다녀보고,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이런 사소한 변화가 걱정을 줄이고 조금씩 긍정적인 마음을 채워줄 수 있다.
'건강&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는 만큼 내 건강을 지킨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지방간 (0) | 2024.11.16 |
---|---|
[건강한 습관] 남성갱년기, 혹시 나도? (0) | 2024.11.15 |
[아는 만큼 내 건강을 지킨다] 원인도, 증상도 천차만별 알레르기 (0) | 2024.11.13 |
[아는 만큼 내 건강을 지킨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묻지마 두려움, 나도 공황장애? (0) | 2024.11.12 |
[아는 만큼 내 건강을 지킨다] 젊은 층에게 더 위험한 암, 위암 (0) | 2024.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