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내 건강을 지킨다] 원인도, 증상도 천차만별 알레르기
요즘 비염과 천식 환자가 많이 증가하는 것 같다. 알레르기 비염은 성인에서 가장 흔한 알레르기 질환으로, 발병률이 무려 20-25%에 이른다. 비염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천식으로 이환되며, 실제 천식 환자를 검사해보면 80%가 알레르기 비염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동차 도장공이나 미용사 등 화학약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천식, 공기 중에 떠도는 밀가루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생기는 제빵사 천식, 간호사가 주사를 놓기 전 공기 중에 살짝 분사한 항생제에 감작되어 생기는 천식 등 직업성 천식도 있다. 요즘 식품 알레르기도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예전보다 원인 음식 섭취가 늘어남에 따라 알레르기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땅콩을 많이 먹는 북미에서는 땅콩에 의한 아나필락시스가 많고, 우리나라에서는 소아에게서 호두 알레르기가 많이 나타난다.
현대의학으로 알레르기를 완치할 수 있는가?
쉽게 말해, 알레르기는 면역체계의 과민 반응이다. 알레르기 질환이 발병하는 유전적 소인을 아토피라고 하며, 이러한 아토피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면역체계를 자극하는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과 염증이 생긴다. 그 염증이 코에 생기면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이 주증상인 알레르기 비염이 되고, 폐에 생기면 호흡곤란, 쌕쌕거림 등이 나타나는 천식, 눈에 생기면 알레르기성 결막염, 피부에 생기면 아토피 피부염이 되는 것이다.
알레르기내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은 대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가족이 있는데, 이는 알레르기가 유전적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모 중 한 명이 아토피 성향을 가졌을 때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50%, 부모 모두 아토피일 때는 75-80%에 이른다. 따라서 알레르기는 의학적으로 완치라는 개념은 없으며,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알레르기 유병률이 높아진다는 속설이 사실인가?
앞서 이야기했듯, 알레르기는 동일하게 집먼지진드기에 노출되었을 때 보통 사람의 면역체계는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의 면역체계는 예민하게 반응하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지, 면역력의 높고 낮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같은 알레르기 환자여도 과민 반응이 나타나는 원인 물질은 다르다. 실제로 알레르기 치료에 많이 쓰이는 스테로이드는 면역 억제제 계열의 약물로, 염증을 가라앉히고 과민 반응을 진정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원인 물질과 증상, 질환명과 중등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환자의 약 95%는 먹는 약과 흡입 약을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여러 논문을 통해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 중 상당수는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알레르기내과에서 시행되는 면역 요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가?
면역 요법은 단순히 면역력을 높인다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몸에 이상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소량부터 천천히 증량 투여해 과민 반응을 억제하고 증상을 줄이는 실제적 방법이다. 즉, 원인 물질이 확실하고 그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증상이 발현되거나 악화되는 환자만 면역 요법의 대상이 된다. 면역 요법을 하더라도 이미 발현된 천식을 없앨 수는 없지만, 알레르기 비염이 천식으로 이환되는 것을 방지하고 비염을 잘 조절할 수 있다. 다행히 비염을 조절해 주면 천식 증상도 함께 호전된다.
면역 요법에도 경구 약제를 처방받는가?
주사로 맞는 피하 면역 요법과 혀 밑에 약을 넣어 녹이는 설하 면역 요법이 있다. 가장 대중적인 피하 면역 요법은 한 달에 한 번 알레르기내과를 방문해 자신에게 맞는 약제를 주사로 맞는 방법인데, 간혹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중증의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날 수 있어서 보통 주사 후 30분 정도 병원에 머물며 이상 유무를 관찰한다. 가슴 답답함이나 호흡곤란, 식은땀, 두드러기 등 평소와 조금이라도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한다. 설하 면역 요법은 이러한 염려는 없는 반면 날마다 약을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를 치료할 수 있는 약제만 수입되고 있어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가 제한적이다.
면역 요법만 받으면 평생 알레르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3-5년 정도 면역 요법을 받으면 환자의 약 50%는 평생 다른 치료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3-5년 후 다시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가지고 태어난 유전적 소인을 완전히 바꿀 수 없고, 원인 물질도 평생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환자에 따라 면역 요법 후 증상이 완화되더라도 흡입 약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원인 물질을 명확히 알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었을 때 다시 면역 요법을 통해 증상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꼭 알아두어야 할 알레르기 상식
ㅡ 알레르기는 원인 물질, 증상, 중등도 등이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원인 물질과 증상을 정확히 알아두고, 약물치료와 환경관리를 병행한다.
ㅡ 차고 건조한 공기는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킨다.
ㅡ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 춥고 건조한 날에는 실외운동을 피한다. 마스크를 쓰는 것도 좋다.
ㅡ PMbs로 표기하는 초미세먼지는 폐포 끝까지 들어가 천식 증상을 악화시킨다. 초미세먼지가 나쁨인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N95 마스크를 착용한다.
ㅡ 동물에서 알레르기 원인 물질은 털뿐만 아니라 비듬, 침 속의 특정 단백질 등 여러 가지다. 따라서 개 보다는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가 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침실에는 동물의 출입을 금하고, 헤파필터가 달린 공기청정기를 침실과 거실에 하나씩 두면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ㅡ 집먼지 진드기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건 일광 건조 보다는 건조 후에는 반드시 이불을 열심히 두드려서 집먼지진드기의 작은 흔적까지도 털어내야 한다. 천으로 된 소파, 카펫 인형 등은 집먼지 진드기의 서식처가 되므로 모두 없앤다.
알쏭달쏭 알레르기, YES or NO?!
▶건강검진을 통해 알게 된 알레르기식품 20가지 모두 먹지 말아야 한다? NO
특정 소인을 가졌더라도 알레르기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면 제한할 필요가 없다. 이전에 특정식품에 과민반응이 나타났으며, 검사를 통해 그것이 원인물질이라고 밝혀졌을 경우에만 제한하면 된다. 알레르기 검사는 결과 자체보다 전문의의 정확한 해석이 훨씬 중요하다.
▶ 식품 알레르기, 조금씩 먹어서 면역력 키우면 증상이 줄어든다? NO
알레르기는 원인 물질에 노출될수록 과민반응이 심해진다. 실제로 면역력을 키운다는 이유로 원인 식품을 무분별하게 먹다가 호흡곤란, 아나필락시스등으로 응급실신세를 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 건조한 날 가습기를 틀면 비염 증상이 호전된다? NO
집먼지진드기의 생육 조건은 온도 25℃, 습도 50% 이상, 즉 겨울철에 보일러를 돌리면서 가습기를 들어주면 집먼지진드기에게 최적의 생육 조건을 만들어주는 셈 습도 조절은 젖은 수건을 널어두는 정도로 충분하다.
▶ 감기가 오래가면 알레르기 비염이 된다? NO
감기바이러스감염에 의해 발생하지만, 알레르기비염은 바이러스와 전혀 관계없다. 콧물, 기침 등 증상이 비슷할 뿐이다. 이런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알레르기내과에서 진찰을 받아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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