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에서 시작되는 진행 빠른 혈액암
급성 백혈병은 대표적인 혈액암으로, 백혈병세포가 어떤 혈액 줄기세포에서 기원했는지에 따라 골수성과 림프모구성으로 구분한다. 성인 환자는 대부분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AML)으로 진단받는 반면, 유년기에는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이 주종을 이룬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와 혈액에서 백혈병 암세포가 계속 증가하고 정상적인 조혈기능은 억제되는 특징을 보이며, 척추나 뇌 등 특정 장기에 백혈병세포가 침투하기도 한다. 조혈모세포 단계에서 백혈병 줄기세포 클론이 생기고 이후 급속도로 백혈병세포가 늘어나 10개 이상으로 증가했을 때 혈액 이상과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암성 질환들 중 유일하게 '급성'이라는 단어가 진단명에 포함되어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하나의 질병이라기보다는 매우 다양하고 특징적인 유형(서브 타입)들로 구성된 질환군이다. 백혈병세포의 염색체 이상과 분자유전 변이가 다양하고, 환자 개개인이 가진 인적 요인도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질성으로 인해 환자의 임상 경과와 치료 반응, 사망률, 완치율이 제각기 달라진다.
환자의 약 10%, 종자계 유전자 돌연변이 관찰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급성골수성백혈병의 원인과 발병기전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과거에 다른 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았거나 직업적으로 유기용매에 오래 노출된 경우, 골수형성이상증후군과 같은 선행 골수질환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부모 자식 간에 유전되는 병은 아니지만, 생식계 혹은 종자계 세포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급성골수성백혈병을 포함한 여러 종양질환이 생길 수 있는 경향성이나 소인이 전달될 수는 있다. 그러나 소인이 유전된다고 해서 백혈병을 포함한 암성 질환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뜻은 아니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에 따르면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약 10%에서 종자계 유전자 돌연변이가 관찰된다. 암 가계력이 있는 경우, 가족이나 친척이 백혈병 관련 유전자 이상을 진단받은 경우에는 이 검사를 통해 전문적인 유전가능성 여부에 대한 예측과 상담이 가능하기도 하다.
정상 혈액세포 감소에 따른 감염과 출혈, 빈혈
골수에서 백혈병세포가 증가하면 정상 혈액세포의 생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호중구 감소에 의한 감염증, 혈소판 감소에 의한 출혈, 적혈구 감소에 의한 빈혈 증상 등이 발생한다. 뇌와 척추에 백혈병세포가 침투하면 위중한 신경학적 증세가 나타날 수 있고, 다른 장기 역시 백혈병세포가 침투해 관련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세계보건기구의 진단 기준에 따라 혈액이나 골수에서 백혈병세포가 20% 이상 관찰될 때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한다. 혈액이나 골수에서 백혈병세포가 관찰되지 않지만 조직검사에서 다른 장기나 조직에 백혈병세포의 침투가 확인되는 경우에도 진단할 수 있다. 보다 정확한 위험도 분석과 치료 계획 수립, 예후 예측을 위해 유세포검사, 염색체검사, 다양한 분자유전검사, 차세대염기서열검사 등을 추가한다.
위험군 평가에 따라 적절한 치료 계획 수립
조혈기관인 골수는 몸 전체에 걸쳐 있는 하나의 장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급성골수성백혈병은 고형암과 달리 병기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검사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되는 예후군에 따라 치료 방침이 정해진다.
또한 고형암은 병기에 따라 치료 방침이 달라지므로 병이 더 진행되기 전에 치료를 서둘러야 하지만, 급성골수성백혈
병은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백혈병세포의 염색체와 분자 유전 이상 등에 따른 정확한 분석이 더욱 중요하므로 적합
한 치료를 결정하기 전까지 치료 시작이 지연되기도 한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로 조혈기능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면역저하와 출혈 위험성이 지속되므로 치료를 너무 늦추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항암치료 시작 시기를 일률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고,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때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군 평가에는 치료 성적에 따라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저위험군, 중간위험군,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유럽백혈병네트
워크(ELN) 체계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각각의 위험군은 특징적인 염색체 이상과 분자유전 이상 소견을 보인다. 위
험군 분류체계는 급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 성적과 임상적 예후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관해후치료 시행 여부 및 치료
방향 결정에 도움을 준다.
치료의 두 축, 관해유도치료와 관해후치료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는 크게 관해유도치료와 관해후치료로 진행된다. 일차적으로 항암치료를 통해 관해 상태에
도달하게 한 뒤, 장기 생존과 완치를 목적으로 공고항암화학요법, 동종조혈모세포이식 등의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다.
'완전관해'는 항암치료를 통해 백혈병세포가 효과적으로 제거되어 골수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된 상태를 의미하며, 골수 내 미숙세포 5% 미만, 말초혈액 내 호중구 1천/mm상, 혈소판 10만/mm² 이상 등의 수치로 정의된다.
저위험군 환자들은 항암치료에 반응이 좋고 다른 위험군에 비해 재발률이 낮으며 장기 생존율이 높아서, 관해후치료
로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장 많은 환자가 속한 중간위험군과 고위험군에서는 관해에 도달하면 관해후치료로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다.
지난 50여 년간 고전적인 세포독성항암제가 관해유도를 위한 치료제로 사용 돼왔으며, 현재도 '7+3' 요법으로 불리는 복합항암화학요법이 관해유도치료의 근간을 이룬다. 하지만 최근 표준 강도의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기 어려운 고령환자에게 경구용 신약(Bcl-2 억제제)을 포함한 저강도 항암화학요법이 도입되었고, 저위험군의 치료 성적을 더 높이기 위한 항CD33항체제제,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의 치료를 위한 경구용 표적치료제(FLT3억제제) 등이 추가되었다. 아울러 기존의 '7+3' 요법으로 좋은 관해유도율을 기대하지 못했던 치료 관련 백혈병이나 2차성 백혈병에서 기존의 2가지 항암제를 하나의 항암제로 재구성한 신약이 도입되는 등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표준 강도의 관해유도치료 후 관해에 도달했으나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경구용 저메틸화제제를 유지요법으로 투여해 치료 성적이 향상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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