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관결손으로 인한 신경 노출
태아의 신경관 발생은 두 단계로 진행되며, 그중 일차 신경관 형성은 배란 후 16일 정도부터 25-27일 사이에 이루어진다. 이때 판처럼 생겨 있던 세포들이 동그랗게 원형으로 모이면서 신경관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주변 근육, 뼈, 피부를 이루는 세포들이 함께 자리 잡는다. 이 단계에서 문제가 생겨 신경관 결손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근육과 뼈, 피부세포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중심선에서 멀리 떨어져서 신경이 밖으로 노출되는 질환이 바로 척수수막류다.
척수수막류는 인종에 따라 발생 빈도가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아일랜드인은 태아 1천 명 가운데 4.9명, 유대인은 0.77명으로 보고되며, 동양인의 발생 빈도는 그보다 더 낮다. 싱싱한 채소를 먹지 못하는 지역에서 척수수막류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을 보고 엽산 부족이 원인으로 밝혀졌으며, 최근에는 산전 엽산 복용으로 발생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엽산을 복용하는 상태에서도 척수수막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유전적, 환경적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태아 MRI로 병변 평가, 동반 질환 확인 척수수막류는 산전에 산모의 혈액에서 알파태아단백질(AFP) 수치에 이상이 있을
때 양수검사 또는 양막검사, 정밀 초음파검사 등을 시행해 진단할 수 있다. 척수수막류의 위치와 개방 정도, 수두증 발생 여부는 태아 MRI를 통해 확인한다. 다만 피부 결손이 아주 작은 경우에는 산전 초음파검사로 진단이 어려워서 출산 후 발견되기도 한다.
척수수막류 환아는 신경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신경 자체가 온전히 완성되지 않은 상태일 때도 있어서 신경학적 문제를 안고 태어난다. 또 80-90%에서 수중(뇌척수액이 축적되어 뇌실이 커지고 뇌압이 높아져 뇌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과 키아리 기형(소뇌 일부가 두개골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뇌간이나 척수신경을 압박해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을 동반한다. 이 외에도 내반족, 외반첨족, 선천성 고관절 탈구 등 다양한 선천성 질환이 함께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
감염 예방 위해 출생 후 72시간 이내 수술
신경계는 뇌척수액이라는 특수한 액체에 의해 보호되고, 이를 경막이 마치 물주머니처럼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척수수막류는 척수신경이 경막 없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감염에 매우 취약하고, 출산 도중 척수수막류가 터질 위험도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척수수막류 환아가 자연분만으로 태어나면 감염 위험과 신경계 손상 등이 가중될 수 있어서 제왕절개로 분만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신경계 감염으로 치사율이 높았던 질환이므로 출생 후 최대 72시간 안에 신경외과적 수술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산전에 척수수막류를 진단받으면 산부인과뿐 아니라 신생아과와 소아신경외과
에서도 미리 진료를 받고, 출산 시기와 일정을 조율해 환아의 출생과 동시에 치료가 시작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즉 척수수막류 치료는 산전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아신경외과전문의도 분만과정에 참여
척수수막류가 터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제왕절개술을 시행한 후, 태아의 노출된 신경관을 멸균된 생리식염수에 적신 거즈로 덮어 보호한다. 그리고 무균상태가 유지되도록 소독된 접착제제로 덮은 뒤 뇌척수액이 새지 않도록 태아를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운 상태로 유지하고, 여기에 예방적 항생제 치료를 시작한다. 따라서 제왕절개를 할 때는 산부인과와 신생
아과 의사뿐 아니라 소아신경외과 의사가 함께 들어가 출생과 동시에 치료가 시작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 기도삽관이나 영상검사 등을 하기 위해 환아를 똑바로 눕혀야 한다면 도넛 모양의 스펀지 등을 사용해 척수수막류가 터지지 않도록 보호한다.
출생 후에는 신생아집중치료실(NICU)로 입원한 뒤 소아신경외과의 수술 전에 신생아과에서 먼저 환아상태를 면밀하게 검사한다. 생명과 직접 관련 있는 다른 선천성 장애나 염색체 이상 등이 있는지 살펴보고, 수두증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뇌 초음파검사, 수술을 위한 척추 MRI 검사를 시행한다.
수술 통해 신경과 주변 조직 복원
척수수막류 수술은 노출된 척수신경판을 피부에서 완벽하게 분리한 뒤, 신경판을 최대한 살려서 신경관 안에 넣어주고 경막을 잘 복원해 뇌척수액이 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척수수막류 주변의 근육과 피부까지 복원해서 신경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상화하는 것이 수술치료의 근간이다.
수술 후에는 수두증 및 키아리 기형 발생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두위 측정과 뇌 초음파검사를 시행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뇌 MRI 검사를 실시한다. 수두증은 대개 척수수막류 수술 후 일주일 안에 진행되기 때문에 일부 환아들은 수두증으로 뇌실 복강 간단락술을 추가로 받고 퇴원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환아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자궁을 열어 수술하는 방법이 미국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다. 신경계가 양수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서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고 이로 인한 후뇌기능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반면, 산모 위험도가 증가해 미숙아 출산, 태아 사망, 자궁열개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치료 효용도와 위험도에 대한 평가가 좀 더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배뇨 및 배변기능, 동반질환관리 필수
척수수막류 환아의 사망률은 수두증, 키아리 기형과 연관이 깊은 후뇌기능장애와 관련이 있으며, 10세까지 약 15%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수두증 치료법으로 뇌실복강 간단락술이 도입된 이후 사망률이 크게 감소해 처음부터 상태가 좋지 않은 1~2%의 환아를 제외하고는 적극적인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병변의 위치, 수두증, 감염 등이 환아의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특히 병변 위치가 경추부 쪽일수록 신경학적 예후가 좋지 않다. 최근에는 감염률이 현저히 줄어들고 적극적으로 수술치료를 시행하면서 좋은 예후를 보이고 있다.
척수수막류 환아는 요추부의 신경 끝 쪽에 문제가 있어서 배뇨 및 배변장애가 동반되므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속된 방광기능 이상으로 잔뇨가 많아지고 요로감염이 계속 발생하면 결국 신장기능에 문제가 생겨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합병증 때문에 척수수막류 환아의 사망률이 높았다. 따라서 퇴원 전 잔뇨검사를 시행해 도뇨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잔뇨가 남지 않게 꾸준히 관리할 수 있도록 보호자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적극적 치료와 관리로 보다 건강한 일상을
퇴원 후에는 대개 소아비뇨의학과 진료가 더 많이 필요하며, 하지마비 증상이 있을 때는 소아재활의학과에서 재활치료를 시행하고, 걷기 시작하면 소아정형외과 진료를 받는다. 소아신경외과에서는 뇌 초음파, 뇌 MRI, 척추 MRI 등의 검사를 시행해 수두증과 키아리 기형이 발생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성장기에 들어서면 수술 부위의 재유착으로 문제가 발
생하는지 면밀하게 살핀다.
적극적인 치료로 감염을 줄이면 뇌기능에 문제없이 잘 성장할 수 있고, 배뇨장애가 있더라도 도뇨법과 약물치료를 통해 환아의 약 85%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척추 이상이나 발 변형 등이 동반된 경우에는 적절한 정형외과적 치료와 보조기 사용으로 보행할 수있도록 도울 수 있다. 병변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80~90%는 일상생활에서 휠체어 없이 거동이 가능하므로 적극적인 재활 및 정형외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처럼 잘 치료하고 관리하면 환아들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으므로 보호자들이 질환에 대해 인지하고 치료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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