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내 건강을 지킨다] 디스크
허리디스크
"디스크가 터진 건가요?"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은 환자가 흔히 하는 질문이다.
디스크가 터지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그러나 '디스크가 터진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디스크 질환은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로 섬유륜에 균열이 생기면서 그 사이로 수핵이 흘러나와 신경근을 압박하거나 자극해서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찢어진다'는 표현이 맞다.
균열이 심하면 사소한 충격에도 섬유륜이 한꺼번에 찢어지면서 수핵이 쏟아져 나오는 것일 뿐, 멀쩡하던 디스크가 물풍선처럼 갑자기 터지는 일은 없다. 또 수핵이 새어 나오더라도 디스크 뒤쪽에 세로로 붙어 있는 후종인대가 막아주기 때문에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수핵이 마구 흘러나오는 경우도 드문 편이다.
흘러나온 수핵이 통증의 원인
섬유륜이 찢어져 새어 나온 수핵이 후종인대 안쪽에만 머무를 때는 신경근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요통만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탈출한 수핵이 후종인대를 넘어 척추관이나 신경근을 압박하면 연결된 척수신경을 따라 통증이 다른 부위로 퍼지게 된다. 이렇게 수핵이 직접 신경을 압박해 발생하는 통증을 기계적 압박에 의한 통증이라 한다.
통증의 구조
기계적 압박에 대비되는 개념은 화학적 염증에 의한 통증이다.
과거에는 기계적 압박에 의한 통증만을 디스크 질환의 원인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수핵이 흘러나올 때 염증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신경을 자극해 붓게 만들고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재는 화학적 염증이 디스크 질환의 통증에 더 깊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기계적 압박은 신경이 회피하거나 자극에 적응함으로써 통증이 감소하거나 없어질 수 있지만, 화학적 염증은 염증이 사라지지 않는 한 통증이 지속된다. 디스크 질환의 급성 통증에 침상 안정을 권하는 것도 신경이 기계적 압박에 대처하거나 적응할 가능성을 열어둔 조치인 셈이다.
허리와 다리 쪽으로 뻗치는 방사통
그렇다면 허리디스크 환자는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할까? 일주일 정도 안정을 취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을 때, 그리고 엉덩이와 다리 쪽으로 통증이 뻗칠 때다. 침상 안정을 취해도 통증이 여전하거나 심해진다면 기계적 압박과 더불어 화학적 염증으로 인한 통증일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염증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엉덩이와 다리 쪽으로 뻗치는 통증은 방사통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보통 허리가 아파야 허리디스크를 의심하지만, 허리디스크의 주 증상은 요통이 아닌 방사통이다. 초기에는 요통만 있다가 수핵이 신경근을 압박하거나 염증을 일으키면 방사통이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인 진행 과정이다. 나중에는 요통은 감소하거나 사라지고 방사통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드물게는 요통 없이 방사통만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요통을 기준으로 허리디스크의 발병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방사통으로 한쪽 다리가 땅기면서 저리거나 시린 느낌이 나타나며, 증상이 악화되면 양쪽 다리에 같이 오기도 한다.
방사통은 디스크 질환이 생긴 위치에 따라 증상이 조금씩 달라지므로 몇 가지 특징적 증상으로 발병 부위를 추측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의 90% 이상이 하중을 많이 받는 허리와 엉덩이 사이의 디스크, 즉 제4-5번 요추 사이와 제5번 요추-제1번 천추 사이에서 발생한다.
제4-5번 요추 사이에서 수핵이 탈출해 신경근을 자극하면 다리 통증과 함께 엄지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들어 올리기 힘들고, 제5번 요추-제1번 천추 사이에서 수핵이 탈출하면 반대로 엄지발가락을 발바닥 쪽으로 구부리기 힘들어진다. 또 발병률이 낮기는 하지만 제3-4번 요추 사이에서 수핵이 탈출하면 발목 근육의 힘이 떨어져 발바닥을 움츠리거나 활짝 펴는 동작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신경학적 검사와 CT, 척수조영술, MRI, 근전도 검사 등을 거쳐 발병 위치와 수핵 탈출 정도를 확인하고 확진한다.
보존적 치료로 대부분 호전, 통증 지속되면 수술 고려
허리디스크는 감각 이상과 마비 증세를 동반하는 마미총증후군으로 밝혀지지 않는 이상 처음부터 수술하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이 침상 안정과 물리치료, 약물치료, 골반 견인과 같은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상된 디스크는 치료를 해도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디스크 치료의 목적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통증을 해소하고 재발 가능성을 줄이는 데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가 더 빨라지지 않도록 환자가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최선이다. 병원에서 운동 처방을 하고 자세 교정과 근육 강화 운동을 강조하는 것도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달 이상 보존적 치료해도 통증이 해소되지 않거나 반복되는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한다. 수술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되나, 척추뼈 뒤쪽의 후궁을 부분적으로 절제하고 디스크의 일부 또는 전체를 제거하는 디스크 절제술이 80-90% 이상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섬유륜의 균열이 심한 디스크를 절제함으로써 수핵이 흘러나올 가능성을 차단하므로 재발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목디스크
목은 뼈도 가늘고 근육층도 두껍지 않아서 척추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다. 그러나 의외로 목디스크는 허리디스크보다 발병률이 낮다. 경추에는 구상돌기가 형성되어 있어서 디스크가 척추관 쪽으로 밀리는 것을 막아주며, 경추 디스크는 상대적으로 더 납작하고 단단해서 섬유륜이 찢어지면서 수핵이 탈출할 가능성이 허리디스크보다는 낮은 편이다.
척수 손상 위험성이 높은 목디스크
따라서 목디스크는 수핵 탈출보다는 경추의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경추에서 흔히 발견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변화는 골극, 즉 뼈 위에 웃자란 뼈가 추가로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골극이 자랄 정도로 노화된 경추는 나이가 들면 손발톱이 두꺼워지듯 뼈 자체가 두꺼워지는데, 이를 골증식이라고 한다.
이렇게 골극과 골증식체가 자라 척수와 신경근을 압박하는 디스크 질환을 경성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하고, 연성 조직인 디스크 수핵이 탈출하는 유형을 연성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한다. 경성 추간판 탈출증은 60대 이후에 발병하는 반면, 발병 과정이 허리디스크와 똑같은 연성 추간판 탈출증은 30-40대에 많다.
목디스크는 일단 발병하면 허리디스크보다 위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리디스크는 척수와 상관없는 반면, 목디스크는 척수를 압박해 척수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척수병증은 척수를 따라 바로 마미신경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척수의 압박 강도가 심하면 대소변 장애와 감각 이상, 하지 마비 등을 유발하는 마미총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목디스크는 발병 위치보다 높은 척수에서도 척수병증을 일으켜 턱의 마비를 초래하는 등 상위 신경원 마비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최선
척수병증을 유발하지 않는 경우 환자들이 느끼는 증상은 대개 비슷하다. 목부터 어깨까지 통증이 있으면서 관절을 움직이기 힘들고 가슴과 팔을 따라 방사통이 나타나며, 손의 감각이 무뎌지면서 힘이 빠지는 등의 증상이다. 디스크 수핵이나 골극, 골증식체가 척수를 부분적으로 압박하는 경우에는 목을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지고 어깨와 골반이 동시에 아프면서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 경추 횡돌기 사이를 지나는 추골동맥이 압박될 경우에는 뇌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눈 뒤쪽이 아프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귀에서 잡음이 들릴 수 있다.
목디스크는 신경학적 검사와 단순 방사선 촬영, MRI, 신경전도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 다음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척수병증을 동반하지 않으면 물리치료, 견인치료, 운동치료, 소형 진통제 및 근육 이완제 투여 등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목과 어깨 부위의 통증이 심하거나 척수 손상의 위험이 있을 때는 목을 고정하기 위해 경부 보조기를 착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목디스크는 허리디스크에 비해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골극이나 골증식체는 계속 자라기 때문에 수술로 제거해주지 않으면 통증을 해소하기 어렵고 재발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신경근이 압박당한 상태로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 수술 후에도 회복이 느리거나 감각 이상과 근력 약화 등의 증상이 원상태로 복구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수술을 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마미총증후군이 동반된 척수병증은 당연히 응급 수술을 해야 하며, 척수의 부분 압박만 있는 경우에도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 수술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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