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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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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자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이 말은 로마 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유명한 서양 격언이다. 설령 좋은 의도로 시작했을지라도 그 일의 결과는 의도와 반대로 나쁠 수도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역사상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가 참혹한 비극을 불러온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특히 생사가 걸린 문제와 직결된 경제 사안에서 근시안적인 ‘선의’는 심각한 폐해로 귀결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이번 기회에 '선의의 역설'에 대한 관심과 경계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말과 글로 표현되는 세상의 모든 일은 선의를 앞세우고 시작한다. 국회에서 발의되는 모든 법안, 정부의 모든 정책, 선택의 의도와 취지를 보면 지원ㆍ보호ㆍ육성 등의 선한 의도와 취지로 가득하다. 선의를 앞세우는 까닭은 데이터와 과학적 방법에 기초한 반대 논리를 비도덕적으로 몰아세우며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의를 표방하면 일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지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감성 기반의 지지를 얻기도 쉽다. 그래서 게으른 선의는 악의보다 더 나쁘고 사회에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보자.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일화는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반값 정책일 것이다. 로베스피에르는 프랑
스 혁명을 주도하고 단두대 처형으로 공포정치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민중의 생필품인 우유 값이 비싸다며 여론을 등에 업고 반값 인하 정책을 추진했다. 그리고 우유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젖소의 사료인 건초 값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이에 농가들은 사료 재배의 채산이 맞지 않자, 토지를 다른 용도로 전환해 사용하게 된다. 이왕이면 손실을 피하고 이익을 찾아 움직이는 인간 본능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어쨌든 로베스피에르 정책 때문에 건초 값은 폭등하고 우유 값은 이전 보다 10배나 올랐다. 그리고 자신은 권력에서 쫓겨나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비극을 맞았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또 다른 사례는 미국에서 1930년에 제정한 '스무트 홀리 관세법'이다. 그보다 한 해 전에 뉴욕 증시의 대폭락이 발생
하면서 경기 침체가 시작되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후버 행정부는 불황 타개책으로 자국민의 고통이 따르구조조정 대신에 관세율을 59%까지 대폭 인상해 자국의 농업과 제조업을 수입품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자 이에 대응해 영국·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도 관세율을 높이며 보호무역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미국의
해외 수출은 1929년에 70억 달러에서 1932년에 25억 달러로 급감했다. 결국 후버 행정부의 관세법은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를 확산시키고 수년 내에 끝났을 경기 침체를 장기적인 대공황으로 이끈 단초를 제공했다. 선한 의도의 정책이 더 많은 사람을 더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만든 것이다.

사진출처 : 네이버 나무위키

 

세 번째 사례는 플레이펌프로 이름 붙은 급수펌프이다. 플레이펌프는 회전 놀이기구를 타고 돌릴 때 발생하는 회전력
으로 지하수를 물탱크로 끌어올리는 원리로 작동한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아이들 놀이터에 이 기구를 설치하면 저렴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편리하게 물을 길을 수 있을 성싶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감동해 세계적인 명망가들의 기부가 줄을 이으며 플레이펌프는 2009년까지 아프리카 곳곳에 1,800대가 설치됐다. 그러나 그 이후에 여러 단체에서 현장조사를 해보니 많은 기구가 버려져 있었고, 현지 주민의 반응이 냉랭함을 알게 된다. 사실상 실패인 셈이다. 이유는 뜻밖에 단순하다. 손쉽고 재미있게 아프리카 여성의 물 긷는 수고를 덜어준다는 선의의 포장에 열광한 나머지 플레이펌프의 장ㆍ단점에 대한 냉정한 평가, 현장 데이터 중심의 성과 측정 및 피드백의 수고를 누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비영리 자선사업 분야에서조차 선의만으로는 효과를 낼 수 없고 오히려 피해를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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