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종교의 3가지 정의 방법

종교를 정의하는 데 있어서는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종교'라고 불리거나 여겨지고 있는 사상(事象)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종교학적 연구 성과의 도움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학자들이 어떤 특징을 가진 것을 종교라고 생각해 왔던가를 밝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의 정의에 대한 종래의 연구 성과를 돌이켜 보는 것이 좋은 실마리가 된다.

 

 

종교에 대한 정의는 굉장히 많다. 그러나 크게 구분하면 대략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신에 대한 관념, 즉 신의 존재를 중심으로 종교를 규정하려는 것이다. 종교학의 대가인 ‘틸레'는 '종교란, 신과 인간과의 관계이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고전적 정의의 종교에 대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신과 인간과의 관계는 많은 종교에서 찾아볼 수가 있고, 또 신을 내세울 정도의 체계 속에서는 신의 존재와 실체는 중요한 구실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 중에는 신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 있는데, 불교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불교는 세계의 많은 종교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종교이다. 그 불교 체계의 내용을 가장 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4제(四諸)'인데, 그 '4제' 는 고(苦) · 집(集) · 멸(滅멸(滅) · 도(道)의 네 가지 개념으로 되어 있다. 인생은 고뇌로 가득 차 있다고 그것은 집착(執着) · 갈애(渴愛) 등 인간의 욕망이 모여서 그 원인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인간은 어떻게 하면 될까? 그 욕망을 멸함으로써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 이상(理想)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방법이나 수단을 따르면 된다. 이와 같은 구상(構想)이 불교 체계의 골격인데, 이 구상 안에는 아무 데도 신이라는 존재와 관념이 들어 있지 않으며 또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물론 후대에 ‘정토교' 같은 것에 이르러서는 불교도 다소 그 모습이 바뀌어지지만, 그 원류는 신을 내세우는 일이 없는 종교이다. 신을 내세우지 않는 것은 비단 불교 체계뿐이 아니다. 서양에서도 근대에 이르러 신을 내세우지 않는 휴머니즘적 종교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철학자 존 듀이의 ‘종교 사상'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듀이는 인간의 최고 이상을 목표로 하여 그것을 전 인간적인 감격으로 추구해 가는 것이 종교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러한 이상(理想) 추구의 생활 자체 속에 종교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도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시 눈을 돌려서 원시 종교를 살펴보면, 거기에도 신을 내세우지 않는 종교가 있다. ‘프리애니미즘(preanimism)'이 그것이다. 자연현상에 직접 초자연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프리애니미즘은 엄밀하게는 신을 내세우는 종교 형태라고는 하기 어렵다. 그것은 신의 존재와 관념이 자리잡기 이전의 원시적인 종교이다. 이렇게 본다면 종교라는 것이 모두 신을 내세우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신을 내세우지 않는 종교가 있는 한, 신의 관념을 중심으로 종교를 규정한다는 것은 곤란하게 된다.

 

 

두 번째 정의의 유형은, 인간의 정서적 경험에서 종교로서의 특징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장엄함, 신성함, 외경심 등은 종교 체험에 수반해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정서 경험이다. 독일의 종교 철학자 루돌프 오토는 뒤에 서술하는 바와 같이 누미노제(성스러움)의 의식으로서 이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서적 경험은 순수하고 고도로 세련된 종교 체험을 통해서만 명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대중의 통속적인 종교적 행동에는 그렇게 까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이 특징은 모든 종교 현상에 똑같이 표현된다고는 할 수가 없다. 다시 이것은 인간을 종교적 행동으로 몰고 가는 원동력도 아니며, 오히려 인간의 종교적 행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부산물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그 정서적 특징은 충분히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최초의 계기로 해서 종교를 규정한다는 것은 반드시 합당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의 정의 유형은 인간의 삶의 활동을 중심으로 종교를 파악하려고 하는 입장이다. 즉, 인간의 삶의 활동 중에서 종교는 어떤 구실을 하고 있는가 하는 데 관심을 두고 종교를 규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현대의 다이내믹한 경향이 강한 심리학, 사회학, 문화, 인류학 등은 한결 같이 이 각도에서 인간이나 사회와 문화를 파악하려 하는 특징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