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나의 종교 사상을 각각 구체적인 구성에 따라서 살펴보면, 그 내용이 각기 다양해서 도저히 수습할 길이 없다. 개별적 종교사상이 제각기 다른 특유한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종교 사상은 전체를 통하여 종교 사상으로서의 공통된 특성을 갖추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다른 사상 체계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을 감지할 수가 있다. 그러면 그 종교 사상의 공통된 특징이란 무엇일까?
'신앙의 논리'라는 말이 있다. 독단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하기도 한다. 종교인은 '절대' 라든지 Absolute라는 말이나 관념을 매우 자주 공공연하게 사용한다. 일단 이것이 교리 문제와 관련되면 신앙이 깊은 사람일수록 예상외로 민감 해진다. 꼬리를 밟힌 호랑이처럼 맹렬한 기세로 결과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물론, 이와 같은 종교적 사고의 '독단성'에도 종교체에 따라서 색조의 차이가 있다. 넓은 것이 있는가 하면 좁은 것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넓건 좁건 간에 실제 인간 생활 속에서 살아 활동하고 있는 종교 사상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 흑백이 분명하다. 명쾌하고도 이치에 맞게 조리를 확립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 종교적 사고는 개별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근본적인 원리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그 근본적인 원리에 바탕을 두고 판단하려고 한다. 즉 '신의 마음'이 되어서 생각하는 것이다. '절대 지혜'에 비추어 판단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한 사고방식이 개별적인 문제에 구애되기 쉬운 사람들로 하여금 전체를 투시할 수 있는 입장에 서게 하며, 더욱 근본적인 가치 기준을 개인적 문제의 판단에 적용케 한다. 종교 사상은 대체로 그렇게 구성되어 있어서 종교적 사고에는 뭔가 결연한 데가 있고, 결단이 내려져 있다. 물러서고 싶어도 물러설 수 없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종교 사상의 특징은, 본래 종교 사상의 모체인 '종교' 자체의 본질적인 상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종교는 '인간 생활'의 '궁극적인 의미를 명확히 밝히고' 또 '인간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에 관계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종교 사상에 반영되면 종교 사상은 '궁극적인 사고방식을 취해서 그와 같은 특징을 나타내게 된다.
종교 사상은 그 자체의 분명한 입장을 취하여 그 입장에 서서 '인간 생활'을 관찰하고, 그 '궁극적'인 '의미'를 분명히 한다. 나아가서 '인간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해명한다. 그리고 그 관찰이나 방법이 얼마나 '궁극적인 것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을 논증한다. 이것을 요약하면, 종교 사상의 역할은 그 모체인 종교 체계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을 해명하고 논증하는 데 있는 것이다.
만약 불교와 같이 인간의 심적 자세를 개조하는 데 중점을 두는 종교 체계라면 종교 사상은 인간 분석에 깊이 파고들어 갈 것이며, 기독교처럼 신을 중심으로 한 종교 체계라면 신의 속성이나 신의 존재에 대한 논증이 종교 사상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인생의 의미'를 밝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 문제의 해결'에는 여러 가지 허다한 난제가 있다. 그런 문제의 어려움이 있는 데도 그 '궁극적'인 해결의 가능성을 주장한다.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종교 사상이다. '종교 사상 체계'는 어떤 것이든 그 밑바닥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은 관계를 근거로 하고 있으며, 그 바탕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것은 종교 체계가 제공하고 있는 문제 처리의 방법이 문제가 지닌 곤란성 보다도 항상 '무한우위(無限優位)'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표시하는 부등식(不等式)이다.
그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신의 계시나 창조자의 실재를 무기로 삼아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종교 사상이다. 그런데 종교 사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가? 종교 사상의 구체적 내용을 논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두 가지 요소를 아울러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는 대상적 내용인데, 그것은 ‘어떠한 문제가 다루어지느냐’하는 것이다. 종교 사상적인 고찰의 대상이 되는 문제나 사상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종교 사상의 내용은 인간·사회·자연·문화에 관계된 모든 문제에까지 미친다. 종교가 '인간문제'의 해결에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관'이나 '세계관'이 종교사상의 내용이 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다른 하나는 '가치적 내용'이라고 해야 할 것인데, '대상적 내용’으로 취급될 문제가 종교 사상 안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종교 사상으로서는 당사자의 입장이 문제가 된다. 어떠한신앙 체제의 입장에서 문제에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문제를 다루는 방법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종교 사상은 항상 인간의 종교적 가치 체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것과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다.
종교 사상은 이와 같이 '대상적 내용'과 '가치적 내용'을 그 구성요소로 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요소는 종교 사상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철학&독서 > 종교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교적 세계관 (0) | 2023.03.05 |
---|---|
인간관과 윤리도덕 (0) | 2023.03.04 |
익숙한 종교, 낯선 종교 사상 (0) | 2023.02.28 |
수행의 다양한 방식들 (0) | 2023.02.28 |
종교 행위의 의미와 성격 (0) | 2023.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