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절에 가게 되면 불상이나 불당 안에 서서 두 손을 마주 모으고 경건하게 절을 한다. 그리고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는다. 이것은 우리 일반인에게 눈에 익은 하나의 종교적 행동이다.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으로서는 절을 찾아가도 곧바로 이런 행위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문화 전통이 다르기 때문이며, 마음 속에 그러한 행동에 대해 ‘종교성’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느 한국인이라면 태어나면서부터 젖어 온 생활 환경의 영향이 있기 때문에, 절을 찾아 가면 정도의 차는 있을 망정 자연스럽게 관습적/관례화된 엄숙한 기분이 들고 자연히 '종교적 행위'를 하게 된다. 한국인 중에서도 어떤 사람은 '신앙 체제'가 깊은 곳에서 '개인적 종교 체제'에 뿌리를 내린 신을 공경하는 마음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어떤 이는 단지 의례적 습관에 따를 뿐 극히 얕은 '종교적 행동 마음’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깊거나 얕은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마음 속에 어느정도의 '심적 자세'가 되어 있어야만 그와 같은 종교 행위는 발현되어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 행위'는 인간의 '신앙 체제'에 바탕을 두고 '외적인 행동'으로서 밖으로 나타나게 되는 '종교적 행동'이다. 그런 까닭에 종교 행위는 개인으로서 보면, 당사자가 자기 필요에 따라서 독립적인 욕구에 의해서 행하게 되는 행동이다. 즉, 당사자의 개인적 삶의 일부이자 그로 인한 자주적인 활동의 일부인 것이다. 그러나 그 종교적 행위는 한편 사회의 입장에서도 볼 수 있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면 거기서 영위되고 있는 것은 그 같은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통되는 ‘정형화된 행동의 한 형태’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정형화된 하나의 행동을 되풀이 해서 실천하고 있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종교 행위에는 개인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종교 행위는 '개인적인 종교 체험'에 비교하면 훨씬 더 사회적 요소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그것은 종교 체험이 '내적인 행동'인데 반해 종교 행위는 '외적으로 뻗어가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외적인 행동인 까닭에 사회적 환경의 입장과 관계가 더욱 직접적이고 밀접하게 연관되게 된다. 종교 행위는 항상 '환경'을 무대로 삼아 이루어진다. 즉, 환경적 사상(事象)을 도구로 삼고 있는 것이다. 종교 행위는 사회적 종교 현상의 구체적 구성 요소가 된다. 따라서 그 형태는 사회적 영향을 받기도 쉽고, 사회적 전통이 되어 현재와 미래에 남아 있기도 쉽다. 그런 까닭에 협의의 종교 행위는 단순히 '종교적 행동'의 '외적인 행동' 일 뿐 아니라, 그 행위의 형태가 사회의 장에서, 일반적으로 종교행위로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불상 앞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행위 자체는 한국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종교적인 것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볼때,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종교 행위는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간의 행위 중에서 '종교적 가치'를 가진 것은 모두 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당사자의 마음 가짐 하나로 사소한 구조 행위나 보잘 것 없는 선행도 종교적 가치를 띤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는 행위 자체가 특별히 종교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협의'의 종교 행위와 구별되지 않으면 안 되는 점이 있다. 외적인 행동과 내적인 행동의 둘을 종합적으로 보면, 종교적 가치를 내포한 하나의 종교적 행위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이 경우는, 그 내적행동 측은 분명히 '종교 의식' 일지라도 외적행동 면에서는 종교적 형태를 취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2가지 요소를 전제로 한 종교적 행동이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반대로 협의의 종교 행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일단 그것에 수반하는 '내적 행동'으로서 '종교 의식'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예상할 수가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 다르다. 종교가 내용은 없이 뼈대만 있게 된다면, 형태 뿐인 종교 행위가 이루어질 뿐, 종교 의식이 그에 수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다. 정리하자면 협의의 종교 행위란 것은 사회적 요소면에서 특별한 특징을 갖춘 행위라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 행위를 하는 해당 인간은 자기 자신의 욕구와 선택에 바탕을 두고, 자기 자신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행동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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