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사상'이란 지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 종교 현상의 한 형태이다. 그것은 개인의 신앙 체제를 체계화하고 조직화하기 위한 기본 구조가 되며, 사회적 종교 체제 구성에서도 기초적인 구실을 한다. 그러나 종교 사상이 그만큼 중요한 주제인데도, 종교 현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종교연구가들은 ‘종교적 사상’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종교 현상의 분야에서는 개인적 종교 체험이든 사회적 종교 집단이든 다양한 방식에 의해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종교 심리학', '종교 사회학', '종교 문화/인류학' 등의 학계가 종교에 대한 조직적인 연구를 발전시켜 온 것이다. 그런데 왜 종교 사상에 대해서는 '종교 사상학'이라고도 해야 할 만한 분야가 없을까? 그 한 가지 이유는, 해당 학문이 생겨나고 날 때부터, 과학적 입장을 지키기 위해 신학이나 형이상학적 종교론과 구별되려는 경향 때문이다. 또한 종교학 분야가 사상이나 관념 체계와는 관계가 없는 연구 분야를 개척해 간 결과 종교 사상은 연구 분야에서 뒤에 처져 남게 되었던 것이 그 이유이기는 하다.
그러나 더욱 본질적인 또 한 가지 이유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종교 사상'이라고 개괄적으로 일컬어지는 현상이 실은 '개인의 장'과 ‘사회의 장' 양쪽에 걸치는 것이어서 극히 복잡한 구성을 가진 문명 현상이라는 점이다. 종교 사상은 '관념 · 언어 · 문자'와 같은 문화적 도구를 그 무기로 가지고 있다. 종교 사상을 형성하고 있는 이러한 구성 요소가 '개인의 장'이나 '사회의 장'에 미치는 작용이 종교 사상의 성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종교 사상'이라고 할 경우, 인간의 마음속에 ‘종교적 가치 체제'의 기반이 되는 관념적 조직 체계도 그 속에 포함되고, 또 종이 위에 글자로 쓰여 있는 사상 체계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것을 비교해 보면, 문화 현상으로서의 성격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개인적인 종교적 가치 체제'는 인간의 마음속에서의 개인의 것이다. 그러나 글자로 쓰인 ‘종교 사상'은 사회적인 현상으로서, 개인의 마음과는 직접적인 관계없이 존재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혼동할 수 없는 것인데도 이와 같이 본질적으로 다른 요소가 종교 사상 안에는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종교 사상의 단일적 파악을 곤란하게 하고 있는데 그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 점을 고려하면서 먼저 종교 사상의 구성을 분석적으로 고찰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글자로 쓰여 있는 종교 사상은 신앙의 낱낱 조목이나 경전이나 종교 서적과 같은 형태를 갖고 있다. 이런 것들은 개개 인간의 당면한 삶의 활동과는 독립된 것으로서 환경적 세계에 존재하는데, 이런 것이 '사회적 종교 현상' 중의 '종교 문화재'이다. 그리고 그런 문서가 종교 사상의 글로서 ‘사회의 장'에서 널리 쓰이는 것은, 그 사회에 그것으로부터 종교 사상을 흡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며, 어느 정도 정형화한 종교적 사고방식이 사람들 사이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종교 사상은 단순히 문서로서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공통된 사고 방식의 틀로서도 '사회의 장'에 존재한다. 이와 같은 '종교적 행동 정형"으로서의 종교 사상도 있다.
그뿐 아니라, 종교 사상은 개인의 측면에서도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종교 사상은 '관념 · 언어·문자'와 같은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사회적으로는 전승되기 쉬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 개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면, 그와 같은 사회적 전승으로서의 종교 사상이 유포되어 있는 곳에 개인은 뒤따라 나타나는 순서가 된다. 뒤늦게 들어와서 개인의 생활사적 경험을 하는 사이에, 그 종교 사상의 영향을 받아 그것을 배워 익히게 되는 것이다.
개인이 사회적인 종교 사상을 배워 익힐 때의 생활 활동이 '종교적 사유(思惟)이다. 사회적인 종교 사상에 접하게 되면, 과연 그것이 이해가 가는 것인지 아닌지를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사람에게 걸맞는 지성으로 그것을 깊이 생각하고 이해하여 소화한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사상 체제 속에 함께 엮어 넣는다.
이 인간의 '내적행동'의 일부로서의 '종교적 사유'는 일반적으로는 종교 사상의 일부로 간주되고 있다. ‘사회적인 종교 사상'은 '종교적 사유'를 통하여 개인적인 종교사상이 된다. '사회적 가치 체제'가 '내면화해서 '개인적 가치 체제'가 되는 것이다. 내면화된 종교 사상은 '신앙 체제'의 구성 요소가 된다. 개인적인 종교 사상은 심리적 성격이 강하다. 그런 까닭에 개인의 신앙 체제 속에 파악된 종교 사상은 같은 종교 사상이면서도 '사회의 장'에서의 종교 사상과는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 자신의 마음의 전면적 가치 체제에 따라서 윤색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어느 개인의 신앙 체제 속에 뿌리를 내려야 종교 사상은 비로소 인간의 살아 있는 종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종교 사상이 신앙 체제 안에 충분히 깊게 뿌리를 내리면, 나중에 인간 문제의 해결이 필요해질 경우, 개인의 '삶의 활동' 속에서 구체적인 힘이 된다. 그때 다시 '종교적 사유'가 이루어지는데, 이것도 종교 사상으로 취급된다. 이런 경우, 당사자로서는 자기 자신의 종교 사상을 기초로 해서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사회의 장'에서 보면, 저절로 그 사회가 지닌 '종교적 행동 정형'의 틀에 맞는 사고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와 같이, '종교 사상'은 분석적으로는 적어도 4종류의 기본 형태를 갖고 있다. 종교 문화재, 종교적 행동 정형, 종교적 사유, 개인적 종교적 가치 체제가 그것이다. 종교 사상은 이와 같이 분석해 보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종교학으로서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각도에서도 쉽사리 손을 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점을 솜씨 좋게 잘 정리하여 바로잡아 가면서, 종교 사상을 신학적 입장에서가 아니라 종교학적 입장에서 연구해 가는 것이 미래 종교학의 큰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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