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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독서/독서

서평 [그래도 계속 가라] 삶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고언(苦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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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생이 20대 중반에 내가 수험생활과 취업준비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기에 선물해줬던 책으로 기억한다. 2가지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해 결과가 좋지 못했던 나는 매일 내 선택과 그 선택이 만든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이 많았다.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지금이라도 수험생활을 접고 취업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하나 둘 취업과 합격을 통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이 시기에 내가 과연 시간을 투자해가며 공부하는게 확실한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까? 불안과 불신이 편안과 확신의 감정보다 강했던 시기였다.

 

동생은 직접적인 응원의 말보다 이 책을 내게 선물해 줌으로서 마음을 대신 전한 것 같다. 당시의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던 건 간에 그 고민을 고민대로 품고, 하던 것을 계속 했으면 하는 바램이었는지 모른다,

동생의 바람과는 달리 나는 중간에 해오던 공부를 멈췄고 취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어떤 힘이 도와줬는지는 몰라도 나는 운이 좋게 큰 기업에 입사를 하게 되었고, 동생이 사준 이 책은 그저 본가의 동생 방 책장 한 구석에 자리잡은 채 십여년의 세월이 흐르게 되었다.

본가에 머문 45일 동안 우연히 동생 책상에 앉아 책들을 둘러보다가 추억이 담긴 책들 몇권을 우연히 펼쳐보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이 책인 것이다.

 

그래도 계속 가라’ (조셉 M. 마셜)

 

책의 간단한 내용은 손자와 할아버지간의 대화로 이뤄져 있다. 역사교사인 손자는 아버지를 병환으로 잃고 난 후,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털어놓으며 지혜를 얻는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이솝우화의 권성징악적 교훈도 아니고, 많은 철학책과 교육서적에서 제시하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살아라는 식의 내용도 아니었다.

 

우리의 삶을 너무 아름답게 미화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때로는 잔인하게 때로는 무감각하게 우리에게 나타나는 일상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삶은 그저 삶일 뿐이야. 원래 생긴 그대로지.

네가 있든 말든 그냥 계속될 것이라는 점만 빼면 인생에서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단다.

부정하고 싶고, 거부하고 싶은 감정들이 있어야 그 반대되는, 원하고 계속하고 싶은 감정들도 있음을 이야기 한다.

 

특히 책의 에필로그 부분에 적힌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죽음을 해석하는 부분은 나뿐 아니라 내 주변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출처 : 그래도 계속 가라 (조셉 M. 마셜) 에필로그 부분 발췌--------------------------------------------------------------------

 

노인이 지적하였다. "네 아비를 데려간 것은 병이었다. 죽음은 흔히 우리가 선택한 것들의 결과일 경우가 많단다. 어떤 이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수도 없이 운전하고 다녔던 커브 길을 놓치기도 하지. 따지고 보면, 우리는 태어나는 날부터 죽어가고 있는 셈이란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진실을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을 적이라고 배워 왔기 때문일 게다.

 

우리나라의 어떤 묘지를 방문해 보더라도 이 사회가 죽음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게야. 모두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대리석이나 화강암, 아니면 철제 납골당에 묻어 주고 있지 않더냐. 그것이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사랑의 행위라고 생각하면서…. 아버님께서 가르쳐 주신 탓인지, 내게는 그것이 지상의 여행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더구나. 아울러 다음 세상으로 영적인 여행을 시작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아버님께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셨단다. 오히려 우리 모두가 종종 그렇듯이, 삶을 두려워하셨던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버님께서는 실패와 병환과 어머님이 계시지 않는 삶을 두려워하셨지. 또 이러저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신 것은 아닐까 하고 간간이 걱정하기도 하셨지만, 돌아가시는 것만큼은 결코 두려워하지 않으셨단다.

 

우리는 사고나 병이나 전쟁으로 죽는 수도 있고, 늙어서 죽는 수도 있으며, 또 누군가의 손에 의해 죽을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의 손으로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단다. 그런데 흔히 다른 사람들이 누군가에 대해 최종적인 평가를 내릴 때, 그가 어떻게 죽었느냐를 놓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더구나. 하지만 내 생각에는 만일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어떻게 살았느냐를 가지고 평가받아야 할 것 같구나.

네 아비는 훌륭한 사람이었고, 훌륭한 삶을 살았단다. 그러니 네 아비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분노하느라고 정력을 낭비해서는 아니 된단다. 대신 그가 살았던 자세를 기리도록 하려무나. 그것이야말로 네 아비의 유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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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삶이란 예상치 못한 문제의 연속이다.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모를 그 문제들을 해결하며 살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우리 앞에 주어진 고난과 역경 속에서 작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순간도 있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시련과 역경을 마주하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힘들고 괴롭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츰 적응되고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간혹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삶은 계속된다. 이것이 바로 인생이며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삶이 주는 선물은 어떤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특히 에필로그 부분에서 우리가 피할 수 없다고 인지하고 있는 죽음이라는 관념조차 우리의 선택한 결과라는 부분은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우리가 논하는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과 추억이 아닌, 적극적으로 죽음을 해석하고 그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메시지가 감사하게 느껴졌다. 삶을 냉혹한 감정도 없는 일상으로 묘사하는 부분과 차가움이 일부 느껴지는 할아버지 내용들이 낯설어 다소 거부감이 생기긴 했어도 곱씹어 생각하면 다 맞는 말이고, 깊이가 있는 말이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내용조차 가벼운 책이 아니니 꼭 한번 다들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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