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종교에서 '신(神)'이라는 관념은 매우 넓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길가에 놓인 돌에 글자가 새겨진 채 있는 길을 지키는 신도 있는데, 이를 도신(道神)으로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고한 경지에 이른 종교가가 마음속 깊숙이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내재신(神)도 신이다. 그래서 신관을 종교학적으로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이라는 개념부터 규정해야 한다.
우선은 이해하기 쉽도록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관념을 신으로 규정하고 다뤄 보기로 한다. 1) 초자연적이고, 독립된 개체적인 존재, 2) 일반적인 인간과는 뚜렷하게 다르지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의 인격적인 존재, 3) 강력한 힘과 자유로운 의지의 소유자 이와 같이 3가지 조건을 구비한 것을 '신'이라 한다.
모든 종교 체계가 '신'의 관념을 중심으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불교를 비롯해서 신을 중심으로 하지 않는 종교가 있다. 그러나 '종교 사상'을 전체적으로 관찰해 보면, 전통적으로 신을 내 세우는 편이 훨씬 많다. 신을 내세우는 종교에서는 신은 그 종교 체계의 강력한 중심이 된다. 따라서 '신관'이 종교 사상 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근대 사상은 종교 체계 중에서 인격신의 모습을 차츰 더 이상화된 것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먼저 '원시 문화'의 '신에 대한 관념'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거기서는 '정령(精靈 spirit)'의 존재가 믿어지고 있다. 수목이나 산, 폭풍 등 여러 가지 자연 현상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타일러는 이것을 인간 문화에서의 최초의 종교 형태라고 생각했다. 이것을 “애니미즘"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레트는 그보다 훨씬 소박한 원시적 사고 형태가 있다고 생각했다. 원시인은 특이한 자연 현상에 접하면 직접으로 그 현상 자체가 불가사의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레트는 이것을 지적하여 그 특수한 힘을 마나(Mana)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프리 애니미즘"이다.
애니미즘과 프리애니미즘은 문화 발생론적으로 어느 쪽이 먼저인가? 이것은 한때 학계의 논의의 초점이 되었었다". 그러나 그 선후가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두 가지 요소를 아울러 고찰해 보는 데에 의미가 있다. 두 가지를 함께 살펴보면, 단순한 '정령'이 아니라 '특수한 능력을 가진 정령임을 알 수 있다. 즉, 초자연적인 개체적 존재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인간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인 관계를 가진 '신의 관념'의 원초의 형태는, 실질적으로는 이 같은 영적 존재에 대한 신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원시적 사고 형태에서는,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에 이와 같은 영 적인 존재가 있고, 그 특수한 힘이 작용한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히려 그런 것의 존재를 부정하는 편이 부자연하다. 그러므로 이런 문화 단계의 사람들은 당연히 존재해 있을 여러 정령 및 여러 신들과 갖가지 교섭을 가졌다. 그 교섭의 실태가 종교적인 문화 전승 중에서 커다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고 형태는 상당히 발달된 문화 단계에 이르러서도 그대로 남아 있다. '유령'이나 '도깨비' 같은 관념은 이러한 문화적 기반에 입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신교(Polytheism)'는 다수의 신들을 모시고 있는 종교 체계이다. '다신교'의 신들은 그 계통과 조직에 아직도 미정리된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초월신(超越神)에 비하면 인간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과 별로 다름없는 조건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신앙되고 있다. 이 신들은 '우주 법칙'의 주재자는 아니며, 오히려 '우주 법칙'의 지배하에서 존재하고 있다.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신들의 관계가 정리되고, 그 결과로 훨씬 적은 소수의 신들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 체계가 형성되고 '일신교(monotheism)'도 생기게 된다. 그러나 갖가지 사회적 제약 때문에 문화 발전의 방향이 그러한 신들의 관계를 정리하는 쪽으로 향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다신교적인 구조를 그대로 삼징적으로 남겨 둔 채, 그 깊숙한 내면에 범신적인 체계나 신비주의적인 체계를 전개시켜 가는 것도 있다. 현대의 신사나 신도 같은 것은 그런 성격을 지닌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신교'의 가장 전형적인 예는 기독교이다. 기독교는 이미 일신교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었던 유대 민족의 종교를 배경으로 예수 받아 같은 셈족(Sem) 문화권 안에서 생긴 회교와 더불어 일신교의 그리스도에 의해서 창설되었는데, 중세 이래로 세계 문화사에서 기독교의 일신관(神觀)은 예수.바울을 거쳐 아구스티누스의 신학 사상에 이르러 명확히 확립되었다. 이러한 사상관에서는 신은 유일한 존재로서 그 무엇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전지(全知), 전능(全能)하며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실체는 없는 존재이다. 그뿐 아니라, 우주의 일체를 무(無)에서 만들어 낸 '창조자'이다. 신 앞에서는 세계의 어떤 사상(事象)도, 인간도 '피조물'이다. 창조자인 신과 피조물인 인간과는 전혀 그 성질이 다른 것이다. 신은 인간이 직접으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절대적 존재'이다. 신은 시간을 초월하고 공간을 초월한 초월자이다. 이런 점이 딴 종교 사상 체계와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이다.
'신'이 완전한 초월자라고 한다면 그 존재를 인간은 어떻게 해서 알 수가 있으며, 또 그것이 실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가 있을까? ‘신의 존재 증명'은 필연적으로 신학상의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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