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같은 생명이 없고, 그냥 자연적인 사물도 그것이 신앙의 대상이 되면 갑자기 특수한 가치를 지니는 경우가 있다. '종교적 가치'는 어떠한 문화 현상에도 결부될 수가 있다. 일상적인 문화 현상이 '종교적 행동'을 구성하는 소재가 되는 경우에는, 그 행동을 영위하는 당사자가 지닌 종교적 가치 때문에 그 문화 현상도 일시적으로 '종교적 가치체'가 된다.
이와 같은 문화 현상을 '종교적 문화 현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 사회와 종교적 가치와의 관계는 그것뿐이 아니다. 종교적 가치 체제가 사회적 기구 속으로 침투하게 되면, 일반 사회는 그것에 반응해서 복잡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런 까닭에 종교 문제는 단순히 특수화된 종교 현상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영역이 훨씬 더 넓다. 종교적 가치 체제와 일상생활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각도에서 고찰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터부(Taboo)는 보기에 따라서는 종교적 가치 체제로 생각되기도 하고, 또 특수한 일상적 가치 체제같이 보이기도 한다. 종교적 가치 체제와 일상적 가치 체제와의 꼭 중간에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금기'가 그것이다. 터부로 정해지면 그것에 접촉하는 것이 금지된다. 종교 사회학자인 뒤르켐은 터부의 금지 작용이 원시 사회의 사회 기구 안에서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는가에 관해서 흥미로운 고전적인 연구를 저서로 내놓았다. 종교적 가치 체제는 일상 사회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런 경우 일상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 문제에 관해서는 막스 베버의 저명한 연구가 있다. 막스 베버는 근대 초기의 유럽 사회를 대상으로 이 문제를 관찰하고 있다.
근대 초기는 자본주의의 발생기이다. 그 시대의 그 자본주의 제도가 어떻게 해서 그와 같이 건전하게 유럽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가 있었을까? 베버는 그 중요한 이유로서 프로테스탄트가 지녔던 종교적 가치 체제를 들고 있다. 즉, 일상 사회가 종교적 가치 체제의 영향을 받은 사례라고 보는 것이다.
16세기 종교 혁명을 뒤이어 유럽에는 칼비니즘(Calvinism)의 신앙 체제가 널리 퍼졌다. 이 신앙 체제를 공유한 시민들은 장사나 노동과 같은 일상 세속적인 일을 신으로부터 받은 사명으로 생각하였다. 사람들은 신앙을 실천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각자의 일을 성실하고 정직하고 철저하게 실행했다. 일반 시민은 그러한 소명 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근로정신이 발생기 자본주의 체제를 훌륭하게 성공시킨 유력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의 가치 체제의 침투가 일상 사회에 영향을 끼친 예는 이 밖 '종교의 전파'도 일상생활과 종교적 가치와의 접촉의 장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된다. 종교의 전파는 민족의 이동이나 문화의 접촉에 수반해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의 종교적 활동인 '포교'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다. 이민족에 대한 포교가 이루어지면 이질 문화의 접촉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그것은 종교를 원인으로 한 이질 문화의 '수용'의 문제나, ‘문화 변용(acculturation)'의 문제로 발전한다"
정치 기구와 종교적 가치 체제와의 사이에도 여러 가지 관계가 발생한다. 국가라는 정치 기구가 특정의 종교적 가치 체제와 결부되면, '국교(國敎)'라는 특수한 형태가 이루어지는데, 특정 종교가'국교'가 된다고 하는 것은 반드시 국가가 국민의 신앙을 통제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국가가 정치적인 권력을 이용해서 강제적으로 국민이 '신앙 체제'를 가지는 일에 간섭하면 '신앙의 자유'라는 문제와 부딪치게 된다.
'신앙의 자유'란, 개인으로서 인간 생활의 궁극적인 의미를 판단하는 데 대한 자유이다. 또 '인간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그 방법을 택하는 데 대한 자유이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맡기는 수밖에는 없는 문제이다. 남이 강요하려고 해도 강요할 수 없는 문제이다.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강압적인 방법으로는 인간은 자기의 인간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따라서 자기의 신앙 체제를 분명히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지키려 저항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신앙의 자유에 관한 문제이다. 장구하고 처참한 역사적 교훈을 거쳐서, 근대 사회에서는 정치 기구와 종교적 가치 체제와는 분리된 상태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전반적으로 강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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